통풍 환자가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단 두 가지뿐입니다. 급성 통풍으로 인해 발작이 와서 염증과 통증을 빨리 완화해야 할 때, 그리고 간헐기나 만성 결절성 통풍 단계로 접어들어 요산 수치를 낮춰야 할 경우이지요.
급성 통풍 시기에는 통증이 워낙 심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빨리 통증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발작이 없는 간헐기나 만성 통풍 시기에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약을 복용해야 할 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지는 순전히 본인이 선택해야 합니다. 금주, 체중감소, 주기적 운동, 과당 섭취의 제한 등 식습관 변화를 통해 약 없이도 통풍을 낮추면서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의 예이지만 통풍 환자의 20퍼센트 이하만 지속적인 관리를 하며 나머지는 약으로 증상만 덮어놓은 채 살아간다고 합니다. 전적으로 약에 의존할 경우 약의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통풍을 유발하는 근본 요인을 없애지 못하기 때문에 통풍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에 시달리며 살아가므로 삶의 질이 크게 감소될 가능성이 큽니다.
생활습관이나 식생활을 완전히 바꿀 생각이 없다면 약으로라도 조절을 하는 수밖에 없지요. 일단 요산 수치를 낮추면 통풍 발작의 위험성이 감소합니다. 그러나 요산 수치가 급하게 등락을 거듭할 때, 즉 요산 수치가 급격히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떨어질 때도 발작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요산 수치의 어떤 갑작스러운 등락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 복용을 시작할 때 주의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통풍발작이 온 상태이거나 발작이 멎은 바로 다음부터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을 복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발작은 혈중 요산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합니다. 발작이 왔을 때 요산을 낮추는 약을 쓰면 수치가 더욱 더 요동을 치게 되며 또다른 발작을 유도하거나 지금의 발작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발작이 가라앉은 후 최소 2~3주를 기다려야 하며 어떤 의사는 6~8주까지 기다리도록 권하기도 합니다. 또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을 복용하는 와중에 발작이 왔다고 하더라도 중단을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발작이 왔을 때 약의 복용량을 변화시키거나 중단하면 요산 수치를 심하게 변동시켜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둘째, 저용량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종류의 요산수치 저하제이건 저용량으로 시작하고 몇 주에 걸쳐 서서히 증량하여 최대량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일부 약제는 부작용이 극심하므로 반드시 저용량부터 시작하여 몸 상태를 보아가면서 조금씩 증량을 해야 안전합니다.
셋째,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합니다.
요산수치 저하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금방 발작이 멎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발작을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복용 중에 발작이 왔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복용해야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수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요산 수치가 몸 전체에 걸쳐 안정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발작이 일어나면 약물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여 중단하는 사람이 많으나 효과가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한번 복용을 시작했다면 중단하지 말고 계속 복용을 해야 합니다.
넷째, 요산 수치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통풍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들은 요산저하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에 대한 추적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왕 약을 복용하기로 했다면 통풍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는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겠네요.
약을 복용한 이후 첫 3~6개월 동안에는 요산 수치를 2주에서 4주마다 검사해야 하며 목표 용량에 맞추기 위해 약의 복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약의 용량을 찾는 것이 전문의가 주로 해야 할 일이지요. 하나의 약으로 안 들으면 요산생성 억제제와 요산배설제를 동시에 처방받을 수도 있습니다.
통풍 환자에게 요산 수치는 당뇨환자에게 혈당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추적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요산 수치를 6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최근에는 5 이하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통풍결절이 생겼고 결절을 줄이거나 없애려고 한다면 요산 수치를 4 이하로 낮출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요산 수치를 어떤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통풍 환자는 낮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다만 수치가 2.16 mg/dL 아래로 떨어지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므로 마냥 낮출수록 없겠습니다.
일단 수치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면 자주 검사하여 그 수치가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수치를 어느 기간마다 재야 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습니다. 물론 하루 중에도 요산 수치는 의미가 있을 정도로 크게 변하므로 한두 번의 측정 결과를 가지고 일희일비해서는 안 됩니다.
가급적 약을 복용하지 않고 식습관을 확 바꾸어 통풍의 치유에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않거나 그럴 생각이 없다면 약을 복용하되 앞에서 말한 네 가지 사항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럼 간단하게 요약을 해보겠습니다.
첫째, 통풍의 원인인 혈중 요산을 낮추기 위해 마지막 발작이 진정된 다음 이삼 주 후 복용을 시작하고 계속 유지합니다.
둘째, 처음에는 저용량으로 시작하며 서서히 용량을 늘립니다.
셋째, 발작이 일어났더라도 절대 복용약의 용량 변화를 주면 안 됩니다.
넷째, 발작을 막기 위한 치료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에 발작이 여러 번 일어났고 통풍결절이 있다면 1년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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